고등학교 방과후 과학글쓰기 특강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험보고서와 연구 설계를 다루는 과학 글쓰기 특강을 맡아 자료집을 공동 집필하고,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를 항목별로 함께 첨삭했습니다.

연표로 돌아가기
문제
과학 글쓰기는 이공계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의 과제와 연구, 입시에 두루 쓰이지만, 학생들은 각 항목이 왜 필요한지 모른 채 양식에 맞춰 채우는 방식으로 먼저 접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국어·통합과학 교사와 함께 수업을 꾸렸고, 그중 실험보고서에 필요한 과학적 방법론과 설명문·논설문의 주제 선정을 맡았습니다.
설계 판단
보고서 양식에 그치지 않고 비전문가를 독자로 삼는 글을 과제로 두었고, 논설문에는 잘못 알려진 상식을 믿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근거로만 반박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검증 기준
첨삭은 다른 사람이 따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만큼 방법을 적었는지, 표와 그림을 본문에서 설명했는지, 결론에 개인 감상이 섞이지 않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고, 이를 예비보고서 13개·결과보고서 23개 항목의 점검표로 정리했습니다.
결과 범위
강좌를 마친 뒤 수업 내용과 첨삭 점검표를 교수자 관점의 자료집으로 함께 엮었습니다. 학생이 쓴 보고서와 글, 개인별 첨삭 내용은 싣지 않습니다.

실험보고서를 형식만 베껴 쓰지 않도록, 왜 그 항목이 필요한지부터 다뤘습니다. 이론 검증·현상 특성·과제 수행으로 실험의 종류를 나누고, 종류마다 목표와 방식, 결론 서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표로 정리해 가르쳤습니다.

보고서 쓰기 규칙도 항목마다 근거를 붙여 가르쳤습니다. 교육과정에서 이미 검증된 이론을 다루는 실험이 많으므로 결론은 알려진 사실이 아니라 실험 데이터와 분석 결과로만 내게 했고, 현상의 특성을 보는 실험은 대상을 조작적 정의로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험 방법은 요리 레시피처럼 번호를 붙여 한 절차에 한 행동만 쓰고, 측정은 언제 어떤 도구로 무엇을 어디까지 쟀는지 밝히게 했습니다.

진자의 주기를 재는 실험을 공통 소재로 삼아 예비보고서와 결과보고서를 직접 쓰게 하고, 제출한 보고서는 주제·도구·방법·결과·분석·결론 항목별로 함께 첨삭해 고쳐 쓴 문장을 붙여 돌려주었습니다.

첨삭 기준은 점검표로 정리했습니다. 첫 과정에서 한 첨삭을 바탕으로 예비보고서용 5개 요소 13개 항목, 결과보고서용 5개 요소 23개 항목을 만들고, 교육 중점에 따라 항목이나 묶음을 건너뛸 수 있게 했습니다. 학생이 실험 설계를 하지 않은 경우 주제·목적 항목은 첨삭에서 빼고,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오차는 쓰지 않게 하는 비고도 달았습니다. 총평에서는 결과를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같은 구어 대신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처럼 문어체로 쓰고, 느낌표·물음표와 연구자 개인의 감상, '더 정확하게' 같은 대안 없는 개선 요구를 쓰지 않도록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여름 특강에서는 범위를 넓혀 연구 주제를 잡는 단계부터 다뤘습니다. 대상과 방법에서 키워드를 뽑아 주제문을 만들고 서론까지 이어 쓰는 활동지를 만들어 3일 과정으로 진행했습니다.

연구 설계는 주제 설정, 연구 방식, 변인 결정, 절차 설계, 결과 양식 결정, 분석 목표 결정의 여섯 단계로 가르쳤습니다. 예시로 든 관엽식물의 미세먼지 저감 능력 실험은 식물 유무와 공기 순환 여부를 달리한 밀폐 상자 네 개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두고, 종속·통제·독립 변인을 나누고, 결과 표 양식을 실험 전에 정하고, 분석 목표를 측정 장비의 허용 오차보다 유의미한 변화인지로 잡았습니다.

주제 탐색은 시간을 제한한 활동으로 진행했습니다. 키워드 고르기는 단계마다 70초, 서론의 연구 대상·방법·필요성 쓰기는 단계마다 180초를 주었습니다. 연구 주제는 대상과 방법의 조합이고 대상은 좁을수록 좋으며 방법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고, 주제문에는 '다양한'·'여러'·'고찰'·'연구' 같은 부정확한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참고 자료는 위키 문서 대신 그 문서의 출처를 인용하고 블로그·커뮤니티 글은 쓰지 않으며, 인터넷 뉴스는 인쇄판으로도 발행된 기사를 인용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실험보고서 다음에는 에세이 두 편을 과제로 냈습니다. 설명문은 2018년 11월 국제도량형총회가 질량·전류·온도·물질의 양 네 기본단위의 재정의를 의결해 2019년 5월 20일부터 쓰게 된다는 소식을 비전문가에게 설명하는 글이었고, 논설문은 닫힌 방의 선풍기, 속이 빈 지구, 평평한 지구, 물의 결정, 디톡스 식품, 혈액형 성격이라는 여섯 가지 잘못 알려진 상식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반박하는 글이었습니다. 반박하는 글이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게 했습니다.

과학 글쓰기실험 설계교재 집필